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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6/11 어째서 외고생은 한국대학에 진학하는가?
- 2009/05/30 경찰 니들 할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거니? (1)
- 2009/05/21 엄마 우리학교에 안오면 안돼?
- 2009/05/14 상상하는게 왜 수준 낮은 건가요? (1)
내가 고등학교 진학을 두고 고민할 적만 해도(기껏해야 4년전이다) 외국어 고등학교(이하 외고)라 하면 대부분 외국계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 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무너졌다. 당시 Y외고에 진학한 친구는 당연하게 입학할때부터 국내대학에 진학할 생각을 하고 있었고 외국계 대학이라는 것은 고려대상이 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한번 외국어 고등학교라는 검색어로 검색봤다. 검색결과 나타나는 외고의 정의는 '특수목적고등학교 가운데에서도 외국어를 중점적으로 배우는 학교' 라고 되어있다.
적어도 내생각엔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려면 외국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지원해야하며 학교에서도 국내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보다는 국외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을 더 중점적으로 지도해야한다. 외국어를 중점적으로 배운다는 것은 국내에서가 아니라(국내에선 한글이 있지 않은가?) 국외에서의 진학 혹은 취직 등을 염두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결과 역시 여건상 국내대학에 지원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나 성적이 부진한 학생들을 제하고서는 대부분 해외대학으로 진학했다는 결과를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상은 외고가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되어 가고 있고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역시 그런 목적에서 외고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어 고등학교들 역시 특수목적고등학교로서의 역할을 잊고 일반 사립학교라는 생각에 젖어 입시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외고생이라 하면 그 자체로 일종의 스펙처럼 여겨져 국내 명문 대학 진학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수시에(특히나 올해는 입학사정관제 비율이 높아진 수시에) 지원하려해도 일반계 학생들은 왠만한 스펙을 가지고서도 외고생들을 이기기 힘든것이 현실이고 토론식 수업 등 논술 대비가 잘되어 있는 외고생들을 일반계 학생들이 이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다. 정시에서도 상위권의 대다수 학생들이 외고생들이기에 일반 인문계 학생들(특히나 사교육의 영향을 덜받는 지방)에게 상위권 대학진학은 개천에서 용난 것 이상이다.
물론 외고생들이라고 쉽게쉽게 국내대학에 진학 하는것도 아니고 국외대학에 진학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국내대학을 진학하기 위해서 일반계 학생들 못지 않은 노력을 한다는 거 안다. 그러나 풍토가 이렇다. 외고라는 것이 점점 본래 목적은 상실한체 국내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되고 학생들이나 부모들, 그리고 교사들도 외고생들의 국내대학 진학을 당연시 여겨 훌륭한 재원들을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만 썩힐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엔 외고의 수도 외고생들의 수도 많다. 이와 관련해 실력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외고에 입학했다는 것은 분명 외고생들에게는 잠재능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재원들을 작은 한반도에서만 썩히기에는 너무 안타깝다. 미국이던 유럽이던 중국이던 좀더 넓은 세상에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돌아와 한국의 미래에 기여를 할 수 있는 재원들을 세계 100대 대학에 들까말까한(시기마다 왔다갔다해서 그 순위도 못믿겠다만) 한국대학에 밀어넣으려는 어른들의 안이한 생각이 한국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내가 언젠가 외고 출신 친구에게 외고생들은 당연히 외국계 대학으로 진학해야 하는것 아니냐라고 물은 적이 있다. 이 친구는 아주 당연하게 외고생이라고 아무나 외국계 대학가냐 라는 식의 대답을 했던 적이 있다. 이친구의 대답을 들으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너무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고로 말하지만 이 친구는 Y외고 출신인데 입학당시 전국 경쟁률 1위였던 곳이 Y외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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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2가지 내 경험담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 중 한가지는 내가 중2때의 일이다. 친지들끼리 저녁에 노래방(좀 큰곳이었다)에 간적있다. 그러나 내또래 친척동생도 없고(다들 5,6살) 그렇다고 어른들 계신데에 들어가있자니 눈치도 보이고 해서 카운터 근처에서 친구와 문자나 주고 받고 있었다. 그때 그 노래방이 익숙한 듯 인사하며 들어오는 직장인들 무리가 몇몇 들어왔다. 그때 방을 잡고 주인 아주머니께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나의 머리에 들은 상식이 맞다면 노래방에서 주류를 파는건 불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께선 급하게 아르바이트생에게 맥주 심부름을 시키고 안쪽에선 또다른 술들(소주는 아니고 노란색이었던 것같다 아주 고급스런 병에 들은)을 꺼내고 과일안주를 내가셨다. 안주를 준비하는 사이에도 그것을 주문한 회사원은 빨리 내오라고 재촉하러 수고스럽게 카운터까지 나왔었다. 그걸보고 그다음날 나는 나름의 정의감에 불타올라(혹은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마음에) 112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어 노래방에서 술을 팔고 있다고 신고하려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관할 경찰서에서 관습적으로 봐주는게 주류판매란다. 그래서 그냥 끊었던 기억이 난다.
다른 경험담은 불과 작년 7월(혹은 8월)의 일이다. 유명 사이트에서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발생했던 일을 기억하는가? 나도 그 피해자라 보이스 피싱을 당한적이 있다.(다행이도 대담하신 우리 사모님덕분에 금전적 피해는 없었다) 사모님께 전해들은 보이스 피싱은 필자를 납치했다는 이야기인데 그 시간엔 필자는 학교에 있었으며 직접 우리 사모님이 그날 아침 학교에 데려다 주셨고 학교로 확인전화까지 하셨기에 좀 안심을 하셨단다. 그래도 돈안준다니까 욕하고 있는 보이스 피싱전화를 들고선 사모님께선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찾아 경찰에 신고하셨단다. 그러나 경찰의 반응은 시큰둥했단다. 기껏 해주는 말이라고는 인터넷 전화로 하는거기에 추적이 안된다라는 말뿐 그러고 금방 끊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다시 경찰에 전화해서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따로 물어봤다고 하셨다.
요즘 신종사기로 사기꾼들 사이에서 말그대로 폭팔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것이 보이스 피싱이다. 그런데 인터넷 전화라는 이유로 추적이 안된다고 그러니 그런 보이스 피싱전화를 받는 사람이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으로 말하는게 다름 아닌 경찰이다. 그게 경찰이 할소린가? 그런 전화는 국내에서 국내로 하는 경우보단 국외(중국이나 필리핀 등등)에서 국내로 전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그런식으로 경찰이 국민들에게 말한다면 국민들보고 니들이 인터폴해먹어!라고 말하는것과 얼마나 차이가 있겠는가?
그리고 관습적으로 봐주는 것이라 불법마저도 눈감아줘야 한다고 말하는게 경찰으로서 해야할 일인가? 내가 아는 경찰은 불의와 불법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그네들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정의와 합법에 대해서 강경하게 대응하고 정부의 지팡이가 되어 비합리적이고 그네들에게 뭔가를 주는 자들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의 모습뿐이다. 적어도 경찰이라는 직업은 정의 실현의 상징이지 니들 멋대로 정한 탄압과 폭력이 아니었다. 지금 당신들이 하는 것은 민주주의 탄압일뿐 있는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가 아니다.
경찰들은 그네들이 할일 먼저 제대로 하고 시위탄압을 하던 뭘하던 하라. 법률적 근거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무조건 촛불은 뺏고 노란 손수건은 압수하며 시민들이 만든 분향소를 엉망으로 만들고 도망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니들 할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너희들의 모습은 정부가 고용한 폭력배일뿐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니까 부탁한다. 해결해야할 불법을 뭔가를 받음으로서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일로 만들고 시민들이 범죄의 위험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내가 어쩔수 없어' 하며 손 놓고 있으면서 정부가 시키는 일은 아주 충견인냥 열심히 하지말고 니들이 먼저 해야하고 지켜야 했던 일이나 제대로 해라. 국민들의 격한 감정이 시위로 이어진다고? 웃기는 소리마라. 그런 니들의 말에 한마디 날려주마.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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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에 한 학생이 학교에서 삼겹살파티를 했다는 글이 떴다. 훈훈한 마음과 함께 나의 고등학교 시절 삼겹살 파티가 떠올라서 몇자 옮겨 본다.
고등학교 3년을 다니면서 2번의 삼겹살 파티를 했었다. 한번은 고1때였고 마지막 한번은 고3때였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두번의 삼겹살 파티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1학년 때 했던 삼겹살 파티는 오손도손 신나게 먹었다. 토요일 오전수업을 마치고 교내에 있는 광장(정확하게 말하자면 ㄷ자 구조의 학교였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에서 신나게 먹었다. 누구는 쌈장 고추장 가져오고 누구는 상추,깻잎같은거 챙겨오고, 누구는 김치, 누구는 후라이팬, 누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등등 나눠서 가져와 조별로 나눠 먹었다. (참고로 삼겹살과 음료수는 담임선생님과 어머니회의 도움을 받았다) 가져온 반찬은 기껏해봐야 쌈장아니면 김치였지만 마지막엔 삼겹살에 밥까지 볶아먹으면서 꽤나 신나게 먹었다. 지나가시던 선생님들도 와서 한쌈씩 드시고 가시곤 했다. 뒷정리도 자신이 가져온 것만 다시 가져가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일이었기에 먹고난 자리는 원래의 깨끗했던 그모습 그대로 나올 수 있었다.
반면 3학년 때 했던 삼겹살 파티는 일단 '풍족'했다. 어머니들께서 미리 오삼불고기니 뭐니 준비해주신데다가 당일날도 돗자리니 뭐니 다 준비해서 오셨으며 즉석에서 파전이니 무침이니 등등(심지어 그날 바베큐 구이까지 등장했다) 해주셨기에 편하기도 하고 많이 먹기도 했다. 심지어 마지막엔 수박까지 주셔서 말그대로 에피타이저까지 완료! 뒷정리도 우리들이 한거라고는 뭐 돗자리 정리 정도였고 정말 뷔페에서 먹듯이 먹고 집으로 돌아갔던 일이 생각난다. 하지만 사실 마지막 집에 가기전 우리가 먹은 자리를 보았을때는 좀 지저분한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고3때 했던 삼겹살파티가 더 맛났다. 먹을 것도 많았고 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와주신 어머니들께도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손에 꼽는 것은 고1때 했던 삼겹살 파티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니가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래'라던지 '니가 폐쇄적이어서 그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우리들 손으로 계획을 짜고 준비해서 했던 삼겹살 파티가 더 기억에 남는다. 고3때 했던 삼겹살 파티는 뭐랄까... '엄마 나 저거 사줘!'라고 말 한마디 했을 때 부모님에 사달라는 거 사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는 부모님이 나의 숙제를 대신 해준 기분이라고도 표현하겠다. 말그대로 고등학교 때 하는 삼겹살 파티는 '우리들의 파티'이다. 그런데 놀기 위한 파티마저도 부모님이 대신 해준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요즘엔 학교에 학부모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오는 시대이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의 학교 생활까지도 토씨하나 빼지않고 감시할 수 있을 정도며 어머니들 사이에서도 '누구네 딸이 그렇다며?'라는 식의 이야기가 오가기 때문에 학생들의 행동반경이 거의 부모님들의 감시권 안에 속해 있다. 난 학교가 언제부터 학생들을 감시하는 또 다른 기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학교라는 곳은 배움의 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집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사회이다. 그런데 그 사회에서도 부모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간섭이 심하면 그게 말그대로 또다른 형태의 집이지 사회라고 표현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실은 학생들이 마마보이, 파파걸로 유도하는 새로운 원인으로 이어진다.
우리 사모님(어머니)만 해도 '에휴.. 내가 널 너무 과잉보호했어'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내주위에 보면 나보다 더한 애들이 존재한다. 뭐만 해도 쪼르르 달려가 엄마 누가 ~했어!!라고 이르는건 기본이오(참고로 고3때 봤다) 그리고 우리아들은 내가 지킨다!라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를 들쑤셔놓기는 선택사항이다. 심지어 어떤 애들은 '우리집 완전 가난할때 32평에 살았고 2발자전거 갖고 싶어서 안달났었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사실이 아니겠지라고 생각 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내가 들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내가 고3때 했던 (했다고 보기에는 받기만 한게 많은)삼겹살파티만 해도 '니들이 뭘 알겠어 엄마가 해줄께'라는 식이었기에 앞으로 사회에 나가게 될 학생들은 점점 부모에게 의존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나약해진다.
캥거루족이 괜히 경제적 이유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다 어려서부터 나약하게 자라서, 과잉보호로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해서 생기는 거다. 그러니까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엄마 학교 안오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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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글쓰는 데에 뛰어난 소질은 없지만 글쓰는 것을 편하게 생각하기도, 좋아하기도 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특별활동이나 방과후 활동으로 글쓰기반에 1년가량 들었던 추억도 있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때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특별활동으로 글쓰기 반에 들었다. 그 첫시간에 했던 것이 상상하여 글쓰기였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주입식 교육의 영향을 덜 받았기에 지금과 다르게(지금은 아주 고역이다) 상상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게다가 6학년 학생에게는 시나 논설문같은 내용상 딱딱하거나 형식의 제약 있는 글(심지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나서도 시는 형식이라는 틀때문에 쓰기가 부담스럽다, 게다가 나만 해당되는건 아니다)보다는 자유롭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쓸 수 있는 산문, 그것도 주제의 제약이 없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것을 쓰는 것이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나는 첫시간 이후 우리는 상상하여 글쓰기가 아닌 다른 글쓰기(가령 논설문이라던지 시 등등)를 했었다. 첫시간 이후의 글쓰기는 어렵긴해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시간이 되었을 때 일명 자유시간이 주어졌든데 선생님께선 우리들에게 어떤 글을 쓰고 싶냐고 물으셨다. 그때 난 큰소리로 상상하여 글쓰기요!라고 외쳤다. 그런데 나의 대답에 선생님께서는 좀 한심하다는 듯이 "그런건 수준이 낮은 거라서...."라며 말을 얼버무리시더니 다른 주제로 글을 쓰자고 하셨다.
사실 그 때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내가 초등학교 고참이라는 자부심때문에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을 땐 '나 너무 수준에 안맞게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얼굴이 빨게졌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나도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필을 들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에도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상도 받고 입시 논술도 나쁘지 않은 실력이라고 칭찬 받았지만(재수하는 마당에 자랑할려고 쓰는건 아니니 오해마시길) 막상 논리정연하고 독해력을 요하는 논술 문제와 글에서 벗어나 그냥 사람사는 이야기, 하다못해 진부하다면 진부한 사랑이야기조차 쓰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고싶은 주제는 있지만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그 때 생각했다. 상상하는게 왜 수준 낮은거지?
사람들은 논리정연하고 사회적인 내용들을 담고 풀어내는 글들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환타지 소설이나 무협소설, 순정소설,순정만화 같은건 읽을 필요없다고. 차라리 그 시간에 시사저널이나 신문, 뉴스나 보라고. 아님 언어영역 시험에 나오는 최인훈의 광장이나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윤동주의 서시를 읽으라고. 그런데 그거 아는가? 언어영역 시험에서 자주 출제된다는 소설이나 시조차도 작가의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걸. 만약 그들에게 나처럼 주제는 있으나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음직한 허구를 만들어낼 상상력도 없었다면 언어영역 시험지에서 만날 수 있었을까?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창의적인 인재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하고 대학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 기업에서도 창의적인 인재를 찾기 위해 합숙 면접이니 뭐니 여러가지 방도를 내놓는다. 창의성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여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상상을 하는 것 자체를 하찮게 보는 풍조에 과연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을까?
현대문명의 결과물들 중 창의적이라고 평가받고 역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들의 대부분은 결국 상상의 결과문들이다. 라이트 형제가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지 않았다면 비행기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테고 아인슈타인의 호기심과 상상력이 키워지지 않았다면 상대성이론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에디슨은 전구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여행도 꿈꾸고 상상하지 않았다면 시도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란 걸 생각한다면 현대사회에서 상상할 수 있다는 것=경쟁력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이 환타지 소설이나 무협지를 본다고 혹은 시덥지 않은 인터넷 소설을 쓰느라 시간을 보낸다고 혼내는 부모님들께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 자녀들이 무협지와 환타지 소설을 읽고 인터넷 소설을 쓰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혼내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적어도 나에겐 없는, 아주 부러워할만 한 재능, 상상력이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시덥지 않다고 욕하는 인터넷 소설도 작정하고 쓰려면 쉽지 않은게 사실이고 무협지를 읽으면서 액션을 떠올리려면 의외로 힘들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처럼 분석하려드는 학생들보단 당신의 자녀들의 언어영역 점수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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