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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1 10:27

엄마 우리학교에 안오면 안돼?


다음 아고라에 한 학생이 학교에서 삼겹살파티를 했다는 글이 떴다. 훈훈한 마음과 함께 나의 고등학교 시절 삼겹살 파티가 떠올라서 몇자 옮겨 본다.

고등학교 3년을 다니면서 2번의 삼겹살 파티를 했었다. 한번은 고1때였고 마지막 한번은 고3때였다. 그런데 재밌게도 그 두번의 삼겹살 파티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1학년 때 했던 삼겹살 파티는 오손도손 신나게 먹었다. 토요일 오전수업을 마치고 교내에 있는 광장(정확하게 말하자면 ㄷ자 구조의 학교였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에서 신나게 먹었다. 누구는 쌈장 고추장 가져오고 누구는 상추,깻잎같은거 챙겨오고, 누구는 김치, 누구는 후라이팬, 누구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등등 나눠서 가져와 조별로 나눠 먹었다. (참고로 삼겹살과 음료수는 담임선생님과 어머니회의 도움을 받았다) 가져온 반찬은 기껏해봐야 쌈장아니면 김치였지만 마지막엔 삼겹살에 밥까지 볶아먹으면서 꽤나 신나게 먹었다. 지나가시던 선생님들도 와서 한쌈씩 드시고 가시곤 했다. 뒷정리도 자신이 가져온 것만 다시 가져가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일이었기에 먹고난 자리는 원래의 깨끗했던 그모습 그대로 나올 수 있었다.

반면 3학년 때 했던 삼겹살 파티는 일단 '풍족'했다. 어머니들께서 미리 오삼불고기니 뭐니 준비해주신데다가 당일날도 돗자리니 뭐니 다 준비해서 오셨으며 즉석에서 파전이니 무침이니 등등(심지어 그날 바베큐 구이까지 등장했다) 해주셨기에 편하기도 하고 많이 먹기도 했다. 심지어 마지막엔 수박까지 주셔서 말그대로 에피타이저까지 완료! 뒷정리도 우리들이 한거라고는 뭐 돗자리 정리 정도였고 정말 뷔페에서 먹듯이 먹고 집으로 돌아갔던 일이 생각난다. 하지만 사실 마지막 집에 가기전 우리가 먹은 자리를 보았을때는 좀 지저분한 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고3때 했던 삼겹살파티가 더 맛났다. 먹을 것도 많았고 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와주신 어머니들께도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손에 꼽는 것은 고1때 했던 삼겹살 파티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니가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래'라던지 '니가 폐쇄적이어서 그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우리들 손으로 계획을 짜고 준비해서 했던 삼겹살 파티가 더 기억에 남는다. 고3때 했던 삼겹살 파티는 뭐랄까... '엄마 나 저거 사줘!'라고 말 한마디 했을 때 부모님에 사달라는 거 사줬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는 부모님이 나의 숙제를 대신 해준 기분이라고도 표현하겠다. 말그대로 고등학교 때 하는 삼겹살 파티는 '우리들의 파티'이다. 그런데 놀기 위한 파티마저도 부모님이 대신 해준다는 건 좀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요즘엔 학교에 학부모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오는 시대이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의 학교 생활까지도 토씨하나 빼지않고 감시할 수 있을 정도며 어머니들 사이에서도 '누구네 딸이 그렇다며?'라는 식의 이야기가 오가기 때문에 학생들의 행동반경이 거의 부모님들의 감시권 안에 속해 있다. 난 학교가 언제부터 학생들을 감시하는 또 다른 기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학교라는 곳은 배움의 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집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나가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사회이다. 그런데 그 사회에서도 부모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간섭이 심하면 그게 말그대로 또다른 형태의 집이지 사회라고 표현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실은 학생들이 마마보이, 파파걸로 유도하는 새로운 원인으로 이어진다.

우리 사모님(어머니)만 해도 '에휴.. 내가 널 너무 과잉보호했어'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내주위에 보면 나보다 더한 애들이 존재한다. 뭐만 해도 쪼르르 달려가 엄마 누가 ~했어!!라고 이르는건 기본이오(참고로 고3때 봤다) 그리고 우리아들은 내가 지킨다!라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를 들쑤셔놓기는 선택사항이다. 심지어 어떤 애들은 '우리집 완전 가난할때 32평에 살았고 2발자전거 갖고 싶어서 안달났었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한다.(사실이 아니겠지라고 생각 할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내가 들은 경험이 있다) 그리고 내가 고3때 했던 (했다고 보기에는 받기만 한게 많은)삼겹살파티만 해도 '니들이 뭘 알겠어 엄마가 해줄께'라는 식이었기에 앞으로 사회에 나가게 될 학생들은 점점 부모에게 의존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나약해진다.

캥거루족이 괜히 경제적 이유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다 어려서부터 나약하게 자라서, 과잉보호로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해서 생기는 거다. 그러니까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엄마 학교 안오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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