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2009/06/18 13:53

6,70년대에서 환생한 정치인들에게 쓰는 편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올해로 20살이 된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제가 키보드 앞에 앉게 된 것은 그다지 큰 이유가 아닙니다.
단 한가지 부탁드리고 싶은게 있어서 입니다.

일단 부탁드리기에 앞서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당신들께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수준이 어느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오늘 인터넷에 뜬 이런저런 뉴스들을 보면 국민들이 아직 미흡한 점이 많으며 무지한, 계몽의 대상으로 당신들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동시에 당신들의 위치와 권위에 대한 자부심도 가지고 계신듯 하더군요.

당신들의 자부심에 대해 뭐라 지적질이나 비판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원래 한 국가의 정당 대변인이나 국회의원이라는, 다시말해 정치인이라는 자리에 오르는 거 쉽지 않습니다.

먼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집안이 빵빵해서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랐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거기에 연기자 못지 않은 -필요에 따라서는 눈물연기도 불사하는- 연기력도 필요하고 사람을 홀릴 정도의 언변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돈도 많아야 하고 알고 지내는 대기업 회장님들과 골프도 치러 다녀야 할 겁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검찰이 당신들의 말에 따라 움직여줄 수 있도록 적당히 길들여야 할테구요. 아 깜빡할뻔 했군요. 약간의 치명적이진 않은 지병도 있어서 당신들의 필요에 따라 병원에도 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당신들과 같은 인물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계산력으로 보입니다.
작년 광우병 파동 당시부터 당신들의 계산력은 눈이 부실 정도였거든요.
고대녀의 지적에 국민들의 안전한 식거리에 대한 권리와 맞바꾸는 자동차 수출대수를 멋지게 계산해 보이셨구요 미디어법 통과를 통해 당신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메이저 언론사들의 수익도 꼼꼼하게 계산하셨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예요. 요즘 당신들은 단순히 계산에서 그치지 않고 추론 능력과 논리력까지 발휘하고 계세요. 통계속에 숨겨진 현상마저 멋지게 왜곡하시더라구요. 미디어법 개정안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의 무응답 10%의 의미를 무시하도록 만드는, 아주 기가 막힐 정도로 잘짜여진 논리를 펼치시면서 정치인이란 이런거다 라고 보여주고 계십니다.

물론 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보다 더 중요한 계산은 당신들의 자산과 관련있겠지만 이렇게나 무지몽매한 국민으로서는 그게 얼마나 큰 돈인지 짐작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언급을 하지 못하지만요.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신카스트 제도를 굳건히 만드는 유학. 그 유학을 위해 1년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한국을 떠나는지 아십니까?
아니 얼마나 많은 유학생들이 매년 한국을 떠나는지는 상관 없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무엇을 보고 들으며 어떤 것을 느끼고 오시는지 아십니까?
아아 굳이 유학생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하루 14시간 이상 학교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는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는지 아십니까?
맞아요. 당신들이 만든 교육과정에 맞추어 왜곡된 역사도 배우고 빈익빈 부익부라는 체제는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 이상하죠?
요즘 학생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똑똑하다는 사실.
두발자유를 위해 연대할 정도로, 사회적 이슈로 만들 정도로 -두발 자유를 외치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권리이지 장난으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깨어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촛불집회 당시에도 여고생들의 활약을 보면 그들이 논술 공부를 하면서 쌓은 논리력이 당신들의 논리력보다 뛰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데 제가 다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너무 논리정연하고 논술문에서 그렇게 중요하다던 근거도 타당했으니까요.
그리고 가장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런 논리적인 아이들은 당신들이 주장하는 대학자율화(각종 논술고사와 구술면접)로 인해 나타났다는 거죠.


당신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멋진 미래를 이야기 하십니다.
세계 인터넷 강국 중의 강국 대한민국.
IT 산업 최강자.
당신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세계에서 이것만큼은 최고야! 라고 말씀하실때마다 인터넷 강국, IT 최강자를 언급하십니다. 그런데 왜 모르십니까?
인터넷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단순 오락거리- 이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존재였다는 것을.
세계 곳곳의 모습들과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배운 국민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한가지 부탁드립니다.
당신들은 대한민국 전체의 0.1%도 안돼는 수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이 대한민국 상위 0.1%에 드는 수재들도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똑똑하고 당신들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함부로 국민들이 모른다 무지하다 라는 이야기는 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벌언일 뿐입니다.
지금 저는 부탁드린다고 표현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부탁이 아니란 것도 잊지 마십시오.
적어도 30년이라는 세월동안 한강의 기적만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국민들도 변화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이었다는 사실.
잊지말았으면 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Trackback 0 Comment 0